서울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비(非)강남권 아파트값까지 문재인 정부 ‘폭등기’를 넘어서 역대 최고로 치솟고 있다. 마포구와 양천구 아파트값이 지난달 역대 최고를 돌파했고, 광진구·강동구·영등포구 등도 사실상 종전 최고였던 3~4년 전 수준에 도달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성동구 같은 인기 주거지는 이미 지난해 문 정부 집값 수준을 넘어선 뒤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주택 시장에선 “민주당 정부 출범에 맞춰 또다시 2020년대 초반처럼 아파트값이 날뛰고 ‘패닉바잉(공황 매수)’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며 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파트 전셋값도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 매매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14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출범 초에는 집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행운을 누렸지만,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집값 폭등의 전조에 직면했다”며 “특단의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장래에 또다시 집값이 미친 듯이 뛰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비강남권 속속 아파트값 최고가 경신 15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지수’ 자료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파트값 지수는 5월 마지막 주 기준 101.4를 기록하며,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기 직후(2022년 1월)에 세워진 종전 최고치(101.29)를 넘어섰다. 앞서 2주 전엔 양천구 아파트값 지수(100.83)가 역시 기존 기록(100.73)을 돌파했다. 조만간 아파트값 최고치를 기록하는 지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광진구(최고치 대비 6월 지수 비율 99.6%), 강동구(99.2%), 영등포구(98.5%) 등에서 이미 2022년 초 최고치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강남 3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아파트 매수 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이미 작년 여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최근 들어 비강남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101㎡는 이달 30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 3년 전인 2022년 초 실거래가(25억4000만원)보다 4억8000만원 올랐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4㎡는 올 3월 21억원에 거래됐는데, 2022년 4월 실거래가(19억3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상승한 가격이다.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올해 4월 실거래가(31억2000만원)가 3년 전보다 5억8000만원이나 뛰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15일 기준 7011건으로 올해 최다인 3월(1만227건)과 3000건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신고 기한이 2주일 정도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패닉바잉이 기승을 부렸던 2022년 6월(1만6386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3각 파도’ 한꺼번에 몰아치는 상황 부동산 전문가들은 크게 ‘공급 부족’ ‘대출 규제’ ‘금리 인하’란 세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서울 집값이 무섭게 뛰고 있다고 본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내년 이후 아파트 물량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불안 심리가 널리 깔려 있는 가운데, 다음 달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하반기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사람들이 집값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점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3각 파도’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상황이란 것이다.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모여 ‘부동산 시장 TF’ 회의를 열고 “가용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의 규제 적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열 지역에 대한 일부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빠르게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늘려 공급 물량을 추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 이태동 기자 |
